

회원게시판
지난 1월 24일 (일) 오후에 대한항공을 타고 서울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이탈리아 밀란을 거쳐, 15시간 날라가서 현지시각 밤 8시 반쯤 로마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입국수속 밟고, 택시타고 숙소인 호텔에 도착하니 거의 밤 10시가 되었습니다. 눅눅하게 피곤한 몸을 씻고 시차때문에 잠을 설치면서 잔 후, 다음날 1월 25일 월요일 아침부터 저녁 8시까지 종일 회의를 했습니다. 그 다음날 1월 26일 화요일 아침엔 바로 개인짐을 싸가지고 나와 체크아웃 한 후에, 출장 간 회사에 가서 오전 내내 회의를 하고, 그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먹고 곧바로 로마 다빈치 공항으로 택시를 타고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적당한 비행편이 없어 알이탈리아항공을 타고 1시간 반 걸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나와서, 다시 대한항공을 타고 12시간 걸려 1월 27일 수요일 오후 2시 넘어 서울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고도 입국수속 밟고, 짐 찾고, 마일리지 적립하고, 공항리무진버스 타고 서울로 들어와, 다시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오후 4시 반쯤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목요일 아침에 시차적응도 못하고 출근하여 밤 9시 넘게 밀린 일을 하느라 허덕였습니다. 이것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을 정도로 정신없이 다녀온 로마출장의 개략적인 내용입니다. 회사일은 극비(^^:)사항이니 접어두고 출장 다녀오면서 소소한 에피소드 몇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1. 기내식 비빔밥에 얽힌 에피소드
대한항공 기내식 중 비빔밥은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굉장히 인기가 있어서 보통 두가지 메뉴가 제공되면 거의 80~90% 정도 비빔밥을 주문하곤 합니다. 저도 당연히 비빔밥을 주문했습니다. 비빔밥은 햇반과 각종 나물, 채소와 고기를 조금 넣은 큰그릇, 함께 튜브형 고추장, 참기름, 조그만 컵라면처럼 생긴 팩 미역국에 뜨거운 물을 부어 나옵니다. 비빔밥에 나오면 햇반의 밥을 큰 그릇에 넣고 고추장 넣고 참기름 넣은 다음 슥삭슥삭 비벼서 먹으면 정말 맛이 좋습니다. 그런데 좁은 공간에서 정신없이 엉겹결에 비빔밥을 먹고나면 꼭 뭔가를 하나씩 빠뜨리곤 했습니다. 지난번 출장땐 정신없이 비빔밥을 다 먹고 나서, 식판을 정리하려고 비빔밥 그릇을 들었더니 그 밑에서 참기름팩이 나오더군요...ㅡ.ㅡ; 결국 비빔밥에 참기름을 넣지 않고 먹었던 거죠. 얼마나 아깝고 속쓰리던지...
그래서 이번엔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여러번 확인해서 밥 넣고, 고추장 넣고, 참기름 넣어 맛있게 비벼서 자알~ 먹었습니다. 그리고 뿌듯한 마음으로 식판을 정리하고 커피를 기다리는데... 아뿔싸... 국물로 준 미역국을 그대로 두고 비빔밥을 먹었던 것... 결국 비빔밥 다 먹고나서 남은 미역국을 후룩후룩 마시면서 씁쓸하게 웃었다는...
2. 이탈리아 밀란공항 경유승객에게 흡연권을...
이탈리아 로마로 가는 대한항공 노선은 밀란공항에 내려 약 1시간 반 정도 쉬었다 갑니다. 밀란공항에 도착해서 기내의 자기 짐을 갖고 내려야 합니다. 12시간 만에 좁은 비행기에서 내려 밀란공항에 나와 다리도 풀고 이탈리아 공기도 맡고 있는데, 같이 출장갔던 부장님이 갑자기 격한 불만을 토로하며 투덜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공항내 흡연실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비흡연자이지만, 생각해보니 좁은 기내 공간에서 답답하게 갇혀서 두번의 식사까지 한 흡연자가 12시간 만에 나와 절박한 마음으로 한대 빨아보려는데 흡연실이 없다는 걸 알고 분출하는 짜증과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만 했습니다. 흡연자 여러분이 저 상황이라면 얼마나 피고 싶을지 더 실감나게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3. 로마의 택시운전사
해외출장을 가면 지리를 잘 모르기도 하고, 시간을 아끼는 의미도 있어 대부분 택시를 타고 이동합니다. 택시운전사와 영어는 겨우 겨우 통하는 정도였고, 그래서 목적지를 적어서 보여주는 게 가장 빠르게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로마에서도 몇차례 택시를 타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와 같이 이곳에서도 엄청 과속을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시속 120 킬로미터 정도로 내 달리고, 심지어는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약 150 킬로미터까지 달리기도 하더군요. 뒤에서 속도계를 보면서 약간 오금이 저릴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택시는 대부분 우리나라 마티즈급으로 소형입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영수증을 요구하면 모두 손으로 금액을 써서 줍니다. 분명 메터기는 달려있어 금액은 나오는데, 자동 영수증 발급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금이 27~28 유로정도 나오면 손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영수증에 그냥 30유로를 적고 30유로를 달라고 합니다. 즉, 2~3 유로(우리나라 돈으로 약 3300원에서 5000원 정도)는 팁으로 그냥 가져가는 것이지요. 모두 그렇지는 않았지만 너댓명 중 서너명은 그런식으로 하더군요. 약간 얄밉지만 애교로 봐 줄 정도는 되더군요.
4. 이탈리아에서 먹은 음식들
이번 출장에서 아침식사는 호텔에서 주는 뷔페식 식사로 세계 어느나라나 거의 비슷합니다. 각종 빵과 버터 그리고 잼. 베이컨, 소시지, 햄, 에그스크램블, 삶은 달걀. 우유와 콘푸레이크류. 오렌지 주스, 파인애플주스, 애플주스 그리고 생수 (우리가 먹는 자연생수와 가스생수-물속에 이산화탄소를 넣어 약간 쓰고 톡 쏘는 맛이 있음). 키위, 망고, 멜론, 파인애플 등의 과일류 그리고 커피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아메리칸 스타일 등) 등을 제공합니다. 점심은 그 회사 구내식당에서 먹었는데 공갈빵, 과일, 스파게티나 파스타, 돼지고기나 소고기 조금, 감자으낀 것에 삶은 채소 그리고 토마토 샐러드가 나왔니다. 저는 다른 나라 음식을 비교적 잘 적응해서 먹기 때문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회의실엔 항상 에스프레소가 보온병에 준비되어 시시때때로 마셨는데 정말 맛이 좋더군요.
그리고, 월요일 밤 회의가 늦게 끝나 늦은 시간임에도 로마시내에 나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저는 핏자에 와인을 같이 갔던 부장님은 마카로니에 와인을 시켜 먹었습니다. 특히 내가 시킨 피자는 햄을 덮어준 것인데 조금 짠듯한 햄을 벗겨내고 먹었더니 정말 고소하고 맛있더군요. 이탈리아 피자는 대부분 두께가 얇은 씬핏자인데, 굳이 비싼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뒷골목에서 만드는 허름한 집의 핏자도 정말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이탈리아에 가면 꼭 뒷골목 핏자를 권합니다. 거기에 비싸지 않은 와인을 곁들이면 맛도 분위기도 최고가 될겁니다.
5.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칠 뻔 하다
이탈리아 로마 다빈치공항에서 알이탈리아 항공을 타고 15:45분에 출발하여,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17:55분에 도착하여, 대한항공으로 갈아타고 19:10분에 서울로 출발하는 빡빡한 Transit 일정이었습니다. 원래부터 1시간 15분만에 비행기를 갈아타는 일정인데, 다음 비행기 보딩패스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말 정신없이 뛰어야만 겨우 맞출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이탈리아 로마 다빈치공항에서, 도착지인 프랑크푸르트 공항 하늘이 혼잡하여 출발시각이 40~50분이 늦어져 버린 겁니다. 결국 16:30분이 넘어 이륙을 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향하는 이탈리아항공 비행기 속에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승무원 (그 비행기 승무원은 모두 남자임)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다음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비행기가 18:10분이면 도착하고 1시간이면 충분히 갈아탈 수 있다며 걱정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모니터에 나타나는 운항정보에 의하면 도착시각이 자꾸 늦어져 18:20분이 되고 실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착륙한 시각은 18:20이 넘어서였습니다. 그것도 바로 게이트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비행기에서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게이트로 이동하느라 시간을 더 잡아 먹었습니다.
셔틀버스에 내려 미친듯이 공항으로 뛰어 들어가 게이트를 통과하여 두리번 거리는데, 마침 이탈리아 항공창구가 보이길래 무조건 뛰어가서, 너희들 비행기 타고 왔는데 시간이 촉박한데 어떻게 하면 좋느냐고 했더니, 다행히 창구 직원이 전화를 하더니 대한항공 보딩패스를 얻을 수 있는 창구번호를 알려주더군요. 무거운 노트북과 로마공항에서 산 선물 쇼핑백을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 창구를 찾았습니다. 허겁지겁 항공예약권을 내 보이고, 보딩패스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출발 게이트를 향해 에스컬레이터와 화살표를 쫒아 달려서 대부분 손님들이 다 들어가고 나 같은 허겁지겁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해당 게이트에 도착했습니다. 거의 100미터 달리기 수준으로 뛰어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기 전에 한가지 더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렇게 급하게 비행기를 갈아타면 내 짐이 실리지 않고 출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중동에 갈때 두바이공항에서 50분만에 갈아타면서 내 짐이 최종 목적지까지 따라오지 않아 사흘동안 고생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게이트에서 직원에게 내 짐 태그를 보여주며, 갈아타는 비행기에 제대로 실렸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내 짐이 실렸다는 확인을 듣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습니다. 정말 숨가쁜 비행기 갈아타기 곡예였습니다. 만약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를 놓쳤다면... 정말 정말 당혹스럽고 고생을 할뻔 했습니다.
* 그리고 이번 출장에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이탈리아 사람들 옷을 참 잘 입는 다는 것입니다. 마치 그들의 DNA 유전자에는 색깔과 맵시에 대한 선천적인 재능이 박혀 있는 듯 했습니다. 분명 촌스러울 것 같은 파스텔톤 녹색이나 주황색들이 어느새 눈이 시원할 정도로 잘 어울리는 옷차림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 대한항공 기내에서 각 좌석마다 소형 모니터가 있어 장시간 비행시간 동안 소일거리로 각종 영화나 게임, 오락,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습니다. 오고 가는 열 두어시간 긴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국영화로는 <해운대>, <국가대표>, <차우>를 감상하였고, 고전영화로는 제임스 딘 주연의 <에덴의동쪽>을, 그리고 헐리우드 영화로는 외계인 거주지역에 관한 <디스트릭트 9>을 보았습니다. 가끔 몇몇 다큐멘터리를 보기도 하고, 지도에 운항정보(운항속도, 운항거리, 도착시간, 도착거리, 출발/도착지역 시각 등)을 보여주는 화면을 보면서 길고 지루한 여행을 보냈습니다.
대한항공은 이탈리아 로마까지는 밀란을 경유해서 가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 외국 항공사들 중 직항이 있으려는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회사에서 끊어주는 항공권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한항공 또는 아시아나 항공입니다. 그리고 출장 일정은 직급과 거의 상관 없습니다. 요즘엔 이렇게 거의 다 빡빡하게 보냅니다. 아주 옛날엔 그래도 반나절이나 한두시간 여유가 있었지만, 요즘엔 경비절감을 위해 출장인원 최소화, 출장기간 최소화,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껴서 보내는 출장이 부지기수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출장은 정말 번갯불이 콩 구워먹는 정신없는 출장이었습니다.





30
 
38684
어쨌든 직항이 없는 것도 아닌데 갈아갈아 타시면서 겨우 땅위에서는 밤에 도착해서 이틀밤 자고 오시다니.....지옥의 일정이었군요,